본문 바로가기

감정의 편린

태양병(Sonnenseuche)

태양병(太陽炳) (Sonnenseuche)

태양병균ㅡ비정상적인 강한 열 속에서만 생존하는
난 토오라는 표범과 사는 말레이 여자 마라와 만났다.
토오는 나를 미워한다.
나는 마라 몰래 토오에게 구하기 힘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아직 따스한 암소 고기를 먹인다.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길들지 말라고,
갈색 피부의 마라ㅡ
이 여자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여자를 소유하고 있기는 하나
나……「토오를 내쫓아」마라……
「나는 토오가 없으면 잠이 안 와요」

나는 토오를 미워한다. 토오는 마라의 애정의
일부를 뺏고 있다./우리는 대륙의 절반을 뒤덮고 있는
열 파(熱波)의 한 가운데 있는데 춥다.
흰 여자가 흰 남자를 사랑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갈색 남자가 갈색 여자를 사랑할 때는?
내 심장은 전쟁을 원하고 있다.
나는 마라를 사랑한다.
마라는 일어선다. 나체로 갈색으로 사랑하면서
나는 태양병이 무섭다.
그리고 우리의 피는 소리지른다.
호수 한 가운데서 나는 세계를 향하여 소리질렀다.
「마라!」
마라, 우리의 사랑은 안 죽어
태양은 나를 죽일 것이다.
갑자기 광적인 생각이 엄습해 온다.
죽음이 구제를 갖다줄런지는 모른다는,
그러나 숲의 화재는 광기(狂氣)다. 사랑하는 불,
사랑하 는 숲이여, 너는 죽어야 한다.
나는 마라를 고통없이 사랑할 수 있으리라.
나는 한계 위에 서 있다. 아, 마라.

--------------------------------------------------

"마라"
머리위에 쏟아져 내리는 강렬한 태양빛을 닮은,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의 이름을 나도 모르게 되뇌인다.
"마라... 마라... 마라..."
사막의 신기루처럼 닿을 수 없음을 의식하면서도 그녀를 잊지 못한채, 시간의 주박속에서 걷잡을 수 없을만큼 헤매이고 있다.. 


전 혜린(田惠麟)... 또 한 여인의 이름.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반사적으로 부정하고 배제하려 할수록 그 가운데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사람..
2010년 여름.
나의 태양병은 재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