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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편린

크게 자라지 못하는 물고기와 개발자...

지난 여름 피자가게에서 작은 관상용 물고기(제브라)가 담긴 2개의 플라스틱컵을 받았다. 내겐 그들이 아주 작은 컵인데도 별 불편함없이 살아가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회사의 책상에는 한자(30cm)짜리 작은 어항이 있다. 그곳에도 작은 몇몇 종의 물고기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2개의 컵중에 하나(2마리의 제브라)를 회사의 어항에 옮겨 왔고, 몇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후에 다시 본 어항 속의 제브라(이주해온)와 집에 있던 컵의 제브라 크기는 몰라보게 달랐다. 어항속의 제브라가 거의 2배정도가 커진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물고기들은 자신들이 사는 공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크기를 조율한다고 한다. 마치 무한정 번식해갈 것만 같은 토끼들이 스스로의 개체수를 조절해 가듯이...

서두에 물고기 얘기를 한건..
정저지와(井底之蛙)"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 일부만을 보며 살아가는 한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가 하고 싶어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 혹은 하고 있는 일의 크기에 따라 나의 시각과 생각이 정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절하게 느껴져 오는 부분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오래동안 묻혀 살아가다보면 얻는것과 잃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 곳에 오래토록 머문다는 것은 사형선고(?)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오도 없다.
다만, 세상 모든 것은 내가 아는 시각의 범위내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
"상상력이 무한하다고 하더라도 그것 또한 자신이 그 상상의 범주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라고 말하면 억지가 될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우리 모두 1년 주기로 이직을 합시다"라는 캠페인을 하는 건 아니지만,
좀더 커 가고 싶다면, 고여 썩은 물이 되고 싶지 않다면, 젊은 나이엔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부모님들이 흔히 말씀하시듯이,  도둑질 말고, 나쁜짓 말고.. 모든 일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모두 작은 컵속에 본인을 맞춰 살고 있진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