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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유희

[도서]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작년(2007년 4월) 어느날, 처제로부터 작가의 친필 결혼 축하 메세지가 담긴 책을 선물 받았다.
오래동안 먼지에 뒤덮힌채 책꽃이에 방치되어 있던 책에 무심코 눈이 갔다.
매일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나로선 불친절한 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한두번 분노를 느꼈던게 아닌지라
내심 도대체 어떤 변명을 할지가 궁궁해졌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불쾌한 경험은 한두가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부턴 더 이상 그런 얘길 할 수가 없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보이는 만큼만 보게 된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절대 쉬운게 아니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는 작가인 안건모씨가 20여년동안 버스 운전을 하면서 겪은 일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버스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단골손님?)과 주정꾼의 테러 그리고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들의 이야기가 있다.
피고용자로서 그들의 주권을 위해 고용주에게 맛서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위대함마저 느낀다.
하지만, 이런 그도 운전을 하는 동안 누군가의 질타를 받는다. 왜일까?!
불친절, 난폭운전의 대명사로 일컫어지고 있는 버스기사는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을까?!
아주 잠깐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답은 금방 나온다.
만약, 당신이 계절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매일같이 같은 노선을 반복적으로 왕복을 해야 한다면,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콘도 없이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마저 온몸으로 받아야 한다면,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이 고작 수분여의 휴식과 짧은 식사시간만을 취한후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면,
지옥과도 같은 출퇴근길에 배차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정시간내에 주파(?)해야 한다면...
-실제로 배차시간때문에 교통위반도 빈번하다고 한다, 모든 범칙금은 개인 부담이다.-
말 그대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기 위해서 그들은 이 모든 수고와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해야만 한다.
쥐꼬리만한 월급?! 매년 교통비는 인상되는데?! 인상되면 급여도 인상되는 거 아닌가?!
나 또한 매년 인상되는 교통비와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일삼던 버스기사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운전석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낸적이 많았다.
하지만 파업의 주모자는 정작 기사들이 아닌 업주들이였을뿐 아니라 인상분은 고스란히 업주의 주머니로 들어 간다는 것을
알고 난후에는 그들이 왜 그리 마음의 평온을 찾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너무도 진솔한 이야기들로 인해 남의 사생활을 모두 들여다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지만,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알려져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줄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이다.
세상엔 수많은 약자들이 가슴속에 아픈 상처를 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이분은 정년까지 버스운전을 하고 싶어 하셨지만,
본의 아니게 작은책이라는 곳에서 언론운동과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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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저자 : 안건모
출판사 : 보리출판사
가격 :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