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35분..
술잔을 기울이다 오늘 하루도 한껏 술에 젖은채로 집으로 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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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을 기울이다 오늘 하루도 한껏 술에 젖은채로 집으로 향하는
울긋불긋한 사람들이 내뿜는
희뿌연 술내음 가득한 지하철안으로 장엄하게 온 몸을 내던진다.
몸 속 저 깊은 곳에서 힘을 잃어가던
어제의 숙취가 고개를 쳐들며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쓰는 통에
냄새만으로 이미 안주없이 깡소주 한 병은 마신 듯한 어지럼증이 몰려온다.
허나...
오늘만은 당신들과 난 달라라는 표정으로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끊임없이 내 귀로 음악을 흘려 보내는 휴대 전화기를 의미없이 만지작 거린다.
그러던중 의도치 않게 출구를 찾아
역사(驛舍) 투어중이였을 날벌레 한마리가
흡사 액션 히어로처럼 닫혀가는 지하철 자동문틈으로 들어와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고 내 손가락에 부딪히며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당혹스러움과 괜한 미안함에
구석에서 분주히 비상(飛上)을 위해 날개를 파닥이는
작은 생명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저 녀석은 도대체 어딜 향해 가던 길이였을까?!
무엇을 하던중에 여기까지, 그리고 내 손에 부딪힌 걸까?!
이 야심한 시각에 저녁은 먹었을까?!
스치고 지나다가 의식도 못했을 존재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갖는 동안 그(匿蟲)는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며 집으로 향하는 이 시간
그 녀석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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