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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유희

[도서]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79년생 위지안,
인생의 정점에 올라 많은 것들을 이뤄나갈 시기에 암과 투병하며 언제나 뒷전이였던 소소한 삶의 소중한 부분을 알아가는 시간의 기록을 보았다.
위지안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늘 곁에 너무도 가까이 있기에 오히려 보이지 않고 매번 차순위로 밀리는 가족.
무너져 내릴듯한 고통이 엄습하기 전까진 무심하고 관심조차 없는 건강.
모든걸 놓을때 드디어 갖을 수 있다는 현자의 말처럼
모든걸 잃고서야 비로소 내가 가진 것들을 알아 볼 수 있게 되는 건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p.58, "사랑은 나중에 하는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우린 모두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의 가치와 그들이 내게 준 무한한 사랑과 기쁨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내쉬는 숨결속에서
따사로운 햇살에서
잔잔한 바람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에서
퇴근길 기울이는 한잔의 술에서 조차
커다란 행복이 들어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 가치는 '현실'이라는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거대한 투명막앞에서 힘없이 사그라들고 만다.


p.145,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 많은 '오늘'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그 무수한 '오늘'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삶이 유한함에도 불구하고 영생의 꿈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결정적인 한방(?)이 인생을 반추해 볼 계기를 만든다.
현재를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과거의 후회로 오늘을 살며,
언제올지 모를 혹은 노년을 위해 기꺼이 힘겨운 오늘을 견딘다. 
그리고 남은건 영광스럽지 않은 상처들과 성치 않는 몸을 이끌고 힘겨운 노년의 여정을 시작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소모적인 일상의 끝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전까진 반복될 거라는 것이며 나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누구나 알지만 어느 순간 개안하여 광명을 찾은 것처럼 모든 환경적 현실을 바꾸며 새로운 삶으로 전환을 꾀하진 않는다.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언젠가' 혹은 '다음에'라는 말로 무던하게 스쳐지나고 있는건 아닐까?!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음이 더욱더 마음 아프다.

p.162, "세상에서 한발 물러나자 비로소 꽃과 구름과 바람이 보였다. .......... 하늘은 매일 같이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게 주었지만 정작 나는 그 축복을 못 받고 있었다. 선물을 받을려면 두 손을 펼쳐야 하는데, 내 손은 늘 뭔가를 꽉 쥐고 있었으니..."

축복을 못받고 있었다기 보단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고개만 살짝 들어도 밝은 태양볕이 언제나처럼 그곳에 있는데...
행복이란건 내 곁을 스치는 모든 것들에서 찾을 수 있고 느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지만,
어쩌면 난 이 책을 덮는 순간 마음 한켠에 짠한 연민만으로 끝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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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위지안
출판사 : 예담
가격 : 12,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