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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편린

익숙한 것에 대한 미련과 익숙해 진다는 것

오래동안 내곁에 머물러 있는 것들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모든걸 기억하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술에 취한 날에도 물건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놓게 되고
깨어나면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들인양 어렵지 않게 찾는다. 그럴때마다 미묘한 느낌이 든다.
익숙함은 좁은 방안에서도 자연스레 동선이 그려지고, 그 동선외엔 낯선 곳이 되고 만다.
이런 익숙함에서 벗어나 또 다른 무언가에 길들여 지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편하게 진보되었다 해도 고집스럽게 그것만을 고집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인듯 하다.
심지어는 절실하게 불편함을 호소하던 부분까지 익숙해서 그것마저 그리워 지게 되는 걸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노부부의 경우, 사별하게 되면 좋았던 부분이 남은 사람을 괴롭히는게 아니라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부분에 오히려 더 그리움을 갖게 된다는 말이 있다.
메조키즘에 길들여져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존재를 가장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도록 익숙해 져 버린 것이다.
다시 낯선 생활에 혹은 새로운 무언가에 익숙해지기 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익숙했던 것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덧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게 되면.... 또 다른 익숙함에 길들여지게 된다.
더 뒷말은 할 필요도 없다.